풀 사뮤엘슨과 유진 파마의 노력에 힘입어 효율적 시장가설은 1960~70년대에 학계 최고의 유행 이론이 되었다. 노벨상 위원회는 이 가설에 대한 공헌으로 폴 사뮤엘슨에게 최초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인 경제학자라는 타이틀을 달아주였다. 그 이후에 수많은 노벨상은 폴 사뮤엘슨과 효율적 시장가설을 공유했던 제자나 동료들에게 돌아갔다.
이들은 MIT의 마피아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워런 버핏은 효율적 시장가설이 터무니없다고 일축한다. 이들의 이론이 맞다면 주식투자를 위한 모든 지침서들과 재무회계에 관한 책들, 그리고 증시의 전반적인 흐름을 알 수 있는 역사서와 심리학 서적, 매일 보는 신문과 관련 저널들을 보는 일을 중지하고 그냥 전체 증시의 종목을 랜덤 하게 돌려 선택된 종목에 투자한 후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위대한 이론가인 폴 사뮤엘슨과 가장 위대한 실전 투자자인 워런 버핏이 견해는 이렇게 180도 상반된다. 사뮤엘슨과 유진 파머는 축구경기시 관중석의 중간에 위치한 신문선, 차범근과 같은 해설자이고, 워런 버핏은 축구장에서 뛰고 있는 호나우딩요나 박주영 같은 현역 선수와 같다. 축구에 비유하자면 선수보다 해설자가 축구를 더 잘한다고 평가받고, 저 존경받는 것이 주식시장인 것이다.
이들에게 당장 축구화로 갈아 신고 축구장으로 뛰어내려 가 그 화려한 기술을 보여달라고 말하고 싶다. 어쨌든 이 학설은 1970년대 학계에서 거의 성경처럼 여겨졌다. '시장은 언제나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유진 파머는 "효율적인 시장에서 개별 주식들의 실제 거래 가격은 어느 시점에서나 많은 이성적인 참가자들 사이의 경쟁을 통하여 발생한 사건뿐 아니라 시장이 미래에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는 사건에 입각한 정보의 효과를 이미 반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파머의 이론 중 가장 강력한 버전은 주가에는 모든 종류의 정보가 이미 반영되어 있어서 기업의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의 내용, 이자율, 환율, 유가, 심지어는 내부정보까지도 모두 무용지물이 된다고 말했다.
효율적 시장가설에 대한 가치투자자의 조롱으로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두 사람이 골프를 치다가 페어웨어에서 10만 원짜리 수표가 떨어져 있는 것을 보고 효율적 시장가설을 신봉하는 사람은 그것이 진짜 수표라면 다른 사람이 집어갔을 것이므로 잘못 본 것으로 확신하고 지나가 버릴 것이고, 가치투자자는 그것을 집어 저녁을 사 먹을 것이다.
효율적 시장가설에 약간의 양보를 해준다면 주가에는 대체로 현재와 비래의 정보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만 인정해 주면 된다. 그렇다면 어디까지 인정해 주느냐가 문제의 핵심이 된다. 정답이 있는 분야가 아니라면 모든 문제는 '정도의 문제'로 귀결된다. 2차, 3차 방정식을 푸는 것과 같은 일이 아니라면 결론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기 마련이다. 시간이 갈수록 모든 정보는 공개된다.
인터넷의 발전은 이러한 상황을 더 부추긴다. 정보의 풍부한 시대에는 정보를 가지고 돈을 벌기도 어려우며 더욱 빨리 주가에 반영된다. 대체로 그렇다고 전부 그런 것은 아니다. 시장은 대체로 효율적이나 언제나 효율적이라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극단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는 사람 치고 실수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물론 자신의 말이 모두 맞고 다른 사람이 틀리다고 이야기해야 설득력이 있긴 하다. 그 말이 맞건 틀린 거 같아 주가는 비논리적인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그 회사의 내재가치 이상으로 형성되기도 하고 그 이하로 형성되기도 한다.
증권시장에 참여하는 개인투자자들은 악재에는 너무나 과도하게 매도하고 호재에는 쉽게 호들갑을 떨어대며 매수에 참여한다. 내재가치에서 과도하게 벗어난 이런 현상들은 상당기간 지속되기 때문에 매매타이밍으로 활용하면 상당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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